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단편의 잠속에서 끼여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생의 벽지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등피를 다 닦아내는 박명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 바람은 그대 쪽으로 -기형도 ]

ㅡㅡ
3월 7일 오늘은 기형도가 돌연 우리 곁을 떠난 날입니다(1989).  참 아까운 사람...

기형도시인이 내 나이만큼 되었다면 그는 어떤 시를 썼을까...
문득 문득 이 사람의 시를 읽을 때면 혼자 물어봅니다.
나이가 들면  저 끝모를 절망과 아픔은 어떤 언어로 변할까...

참, 아까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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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 - 도종환

 

아직 산벚나무 꽂은 피지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 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 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 한다고 요란하지도 않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 할 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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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당신 - 김 용 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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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타깝게도 언제부터인가 휴대전화로는 본 연구소 블로그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곳의 연구소 소개 사진도 티스토리에서 임의로 제공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여러분들께 실망과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

휴대전화 말고 컴퓨터로 방문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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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ne Magritte



2월의 황혼- 사라 티즈데일

새로 눈 쌓여 매끄러운
산 옆에 서 있었습니다.
차가운 저녁 빛 속에서
별 하나가 내다봅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이는 나 밖에 아무도 없었지요.
나는 거기 서서 별이 나를 보는 한
내내 그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bhlee역)

 ---

내가 볼 수 있던 그 별을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요....

지금은 나도 볼 수 없는 그 별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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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오닐 - Schubert Arpeggione Sonata

 

Here only for therapeutic purposes

 

New York Classical Players
Dongmin Kim, conductor
Richard Yongjae O'Neill, viola

May 1, 2015
W83 Concert Hall, New York,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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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요. 그러므로 이제 브레히트의 말처럼 "정신을 차리고" 나의 길을 가려합니다. 나를 필요로 한다고 고백하는, 사실은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봉희, <내 마음을 만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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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

 

처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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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hoto by bhlee


어스름. 더스크. 땅거미... 그리고 꿈결

하늘은 항상 땅보다 천천히 어두워진다. 땅 위에 어둠이 덮인 후에도 아직은 바라볼 무엇이 하늘에는 있다.
흐린 날도, 비오는 날도 나는 밤이면 늘 하늘을 본다.

이런 시간이면 떠오르는 노래...

(음악은 이곳에서만 치료/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10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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